임플라논 부작용 제거 1년 6개월 후기
저는 무월경을 위해서 임플라논을 시도했었고 한동안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도 못한 증상으로 1년 6개월 만에 임플라논을 제거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병원에서도 들은 적 없는 증상이었고 병원을 찾았을 때도 임플라논과 상관없을 거라고 했지만 제거해 본 결과 원인은 명백하게 임플라논이었습니다.
임플라논 이란?
임플라논은 4cm 길이의 얆은 막대기처럼 생긴 피임기구를 팔 안쪽에 이식합니다. 이 피임기구에서 매일 일정량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 점도를 증가시키는 원리로 정자의 이동을 막는다고 합니다. 보통 지속기간은 3년인데 비만여성의 경우 3년을 꽉 채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보통 생리 중에 시술을 합니다.
임플라논은 본래 목적인 피임 뿐 아니라 생리를 멈추기 위해서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병원에서는 1/3 정도의 확률로 생리가 멈추는 부작용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무월경은 임플라논의 효과가 아니라, 임플라논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증상 중에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취에서 시술까지 해도 5분 정도밖에 안 되는 시술시간으로 부담이 없지만 미레나와는 달리 보험적용이 거의 안 돼서 비용이 많이 나가는 단점이 있습니다. 비용은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35만 원 전후였던 것 같습니다. 마취 주사를 놓을 때 누가 손톱으로 살을 집고 꼬집는 듯한 통증이 있고 그 후에는 뭔가가 쑥쑥 들어가는 느낌만 납니다. 다음 날이 되면 팔뚝에 기다랗게 큰 멍이 생겨서 놀랄 수 있는데 무시무시한 모양과는 달리 통증은 크지 않습니다. 아물 때까지 한 번씩 팔이 저린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임플라논의 대표적인 부작용
- 부정출혈
- 무월경
- 유방통
- 질내감염
- 두통
- 여드름
- 식욕 및 체중 증가
- 불안 정서
- 어지럼증
- 안면홍조
- 편두통
- 졸림 증상
- 구토
- 요통
사실 이 증상들은 대다수 피임약들과 거의 동일합니다. 대체로 많이들 겪으시는 게 부정출혈, 무월경, 피부 트러블, 체중 증가인데 저는 초반에 부정출혈이 약 6개월 정도 지속됐고 피부 트러블이나 체중 증가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부정출혈이 6개월 간 지속돼도 저는 매우 만족해서 주변에 추천을 하곤 했습니다. 부정출혈이라고 해도 생리보다 양이 훨씬 적어서 팬티라이너만 해도 되고, PMS나 생리통이 없어서 너무나 편했습니다.
극심한 아랫배 통증이 찾아오다
하지만 그런 쾌적함과 편리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찾아왔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감에도 망설임이 없었을 만큼 PMS와 생리통은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증상과 과정을 적어보겠습니다. 저 역시 임플라논 시술을 앞두고 네이버와 구글, 유튜브에 각종 자료들을 봤지만 이런 증상에 대한 얘기는 본 적이 없어서 혹시 비슷한 증상을 겪고 계신 분이 있을까 봐 글을 적습니다.
쥐어짜고 타는 듯하고, 잡아 뜯는 듯한 아랫배 통증
일반적인 복통과 달리 생리통을 느낄 때처럼 깊숙한 아랫배에서 통증이 일어났고, 통증의 느낌은 그동안의 생리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통증이 약하고 강하 고의 차이가 아니라 통증의 양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생리통이 아랫배가 얼얼하면서 아리고 근육이 이완수 축하며 조이듯이 아프고 한 번씩 맞은 듯한 통증이라면 이 증상은 날카롭고 타는 듯한 느낌에 잡아 뜯는 듯한 통증이었습니다.
임플라논 시술을 했던 병원뿐 아니라 다른 산부인과까지 서너 군데를 돌며 혹시 다른 자궁 쪽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초음파 검사까지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난소에 물혹이 있기는 했지만 내부가 깨끗하고 크기가 아직 제거할 만큼 크지 않아서 몇 년 전부터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임플라논 이전에는 전혀 통증이 없었습니다. 물론 임플라논이 호르몬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물혹과 호르몬의 어떤 영향으로 문제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임플라논을 제거하고 물혹은 그대로인데 저 끔찍한 아랫배 통증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복부에 염증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수십 배가 높아 응급실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만큼 혹은 그 이상의 통증인 것 같았습니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렵고 허리도 펼 수가 없어서 약을 먹으러 갈 수조차 없는 통증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한 번 통증이 시작되면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30분 정도 지속되었고 주기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였습니다. 혹시라도 임플라논 시술 이후에 이전에 없던 복통이나 증상이 생겼다면 아까워하지 마시고 제거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가 이 갑작스러운 통증을 왜 산부인과 질환 혹은 임플라논과 관계된 것으로 의심했었냐면 우선 통증의 부위가 배가 아닌 생리통을 겪는 깊숙한 아랫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플라논 때문이라는 확신이 없고 통증이 자주 반복되는 것은 아니라서 6개월 정도 지켜보았는데 통증이 한 달 간격으로 어느 정도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생겼습니다. 그래서 배란이나 호르몬 관련된 문제라고 추측을 하게 됐습니다.
임플라논 제거
임플라논이 잘 안 떨어져 나와서 제거할 때가 삽입할 때보다 더 아프다는 얘기가 있는데 저는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였는지 많이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시술할 때와 마찬가지로 누가 손톱으로 야무지게 꼬집는 정도였습니다. 제거는 시술했던 병원에서 했지만 일정 상 재방문이 어려워서 다른 지역의 산부인과에서 실밥을 풀었는데 의외의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 기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제거하세요?
나 : 임플라논 한 후에 복통이 생겼는데 그 부작용인가 해서요.
의사쌤 : 글쎄요. 임플라논이랑 복통은 상관이 없을 텐데요. 그래도 지금 제거하시길 잘했어요. 지금 보면 임플라논 위치가 위로 꽤 많이 이동했거든요. 이게 계속 이동했다면 나중에 제거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임플라논 위치 이동
임플라논이 이동할 수 있다고요?
의사 선생님에게 듣고 집에 와서 좀 더 알아보니 흔치는 않지만 임플라논이 이동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처음 위치에서 2cm 이내로 이동하고 크게 이동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임플라논이 폐혈관까지 이동했다는 증례가 있습니다. 임플라논은 시술 후에 손으로 촉진이 가능하니 평소에 위치가 처음 위치에서 크게 이동하지 않았는지 한 번씩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